-제주에도 퀴어가 있어요. 우리 함께 혐오와 차별을 넘어요!-
지난해 8월, 바로 이곳 제주시청 여자화장실에서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성폭행 하려했고, 반항하는 피해자의 목을 졸랐습니다. 가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자신의 분노를 쏟아부었습니다. 전형적인 여성혐오 범죄였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상황을 고려해 고작 징역 3년형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부터 이곳 제주시청 여자화장실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게 가하는 각종 혐오범죄와 차별적인 행위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제1회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오늘 이곳에서 결성 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여자화장실 성폭력사건을 기억하고, 더 이상 사회적 소수자에게 행해지는 혐오와 차별이 이곳 제주에서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그 일을 이루고자 합니다.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위치는 마치 제주의 위치와 비슷합니다. 제주는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는 엄연함 하나의 도이지만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리가 멀고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희생 제물로, 힘이 센 국가들 사이의 전쟁 놀이터로 이용당했습니다.
성소수자는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지만 단지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겪지 않아도 될 온갖 차별과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또래 사이에서는 늘 놀림감이 되어왔고, 낯선 사람들에게 욕설과 혐오발언을 들어왔습니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해 왔습니다.
제주에 사는 성소수자의 삶은 참으로 힘듭니다. 제주의 좁고 끈끈한 공동체 의식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성소수자라고 밝혔을 때 제주의 공동체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신변을 보호하기는 커녕 이질적인 무언가로 여기며 공격하고 배척합니다. 지금 제주의 공동체는 성소수자를 더 움츠러들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존재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성소수자는 지금 여기, 바로 이곳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단지 사회가, 사람들이 우리를 당신들의 모습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유령취급 해 왔을 뿐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여러분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제주의 도민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에게 요청합니다. 성, 나이, 직업, 학력, 장애, 지역, 피부색 등 어떤 부분에서든지 소수성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이들, 일터와 삶터에서 사회의 혐오와 멸시, 차별과 억압을 당하고 있는 이들, 하지만 이 부둥한 현실을 깨뜨리고자 하는 모든 우리의 친구들, 모든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요청합니다. 우리는 10월 말 제주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 것입니다. 이 축제가 성소수자를 비롯해 우리 모든 소수자들이 사회의 고정관념과 혐오문화를 깨뜨리고 사랑과 평화의 힘을 지지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오늘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성사를 지지하는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시작합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축제 당일에도 많이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성소수자를 미롯한 모든 사회적 소수자가 이 땅 제주에서 온전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때 까지! 퀴어옵서예!
2017년 8월 28일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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