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비전을 확인하고, 우리의 비전을 찾아가는 자리
- 20191020일 일요일 / 강사 : 가람, 뭉치 (전쟁없는세상 비폭력 트레이닝) / 후기 : 신현정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 이번 워크숍은 19일 내부 회의와 연동하여 1박 2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2019년 제주퀴퍼 조직위의 마지막 평가회의&역량강화 워크숍(with 전쟁없는세상)을 마쳤다. 17년부터 지금까지 3년간 축제를 만들어 오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해 왔지만 지금까지의 활동들을 함께 돌아보거나 우리의 미션을 함께 정리해보는 자리는 없었기에 무척 기대가 되었다.

오늘 낮의 워크샵에서는 함께 팀의 비전 키워드를 공유하고, 사회운동의 8단계에서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 시작 전, 함께 규칙 정하기의 시간을 가졌고, ‘모두에게 공평한 발언권이 주어짐을 염두에 두기가 우리의 규칙 중 하나로 정해졌다. 함께하는 동료들의 마음과 목소리를 듣는 귀를 늘 열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실무에 치여 잘 안 되었던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날 평가회의에서 확인했기에, 3년째 해 오면서 혀가 길어지고 있다는 반성을 다시금 했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집중했다. 듣는 귀가 열릴 때 말할 입도 열린다.

이번 워크샵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각자가 보내온 시간들, 그리고 집중하고 있는 맥락들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확인해 보는 시간이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조직에 있기에 다름에 대한 부분을 쉽게 놓치게 된다. 오늘의 워크샵을 통해 우리의 다름은 단순한 다름이 아니라, 한 방향을 바라보는 각도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아이디어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들을 실행할 여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머리와 마음에 담아두기로 했다.

오늘 내가 뽑아낸 비전 키워드는

-'제주' 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
-완전함에서 온전함으로
-친구, 동료, 동지, 아는 사람
-개인적 성장, 유용성의 증대
-최신느낌의 연대와 공동체
-(즐거운 대화로부터의)아이디어
였다.

나의 키워드는 대부분이 조직 내 멤버십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그리고 개인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다른 동료들은 떤 축제를 만들어 갈 것인가, 어떤 연대를 구축해나갈 것인가, 또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어떤 방법과 목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와 같은 키워드를 뽑아 주었다.

전체적으로 우리의 키워드는 내부 조직/외부 조직/축제 목적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모자란 관계로 함께 카테고리를 나누는 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보내게 될 시간들에 대해 한번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마련해 보려 한다.

'축제' 는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을 미리 살아내는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일이기에, 우리는 때론 8단계를 지나고 있기도 하고, 일상적인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지켜본다면 우리는 아직 1/2단계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매년 어떤 목표들을 달성해 왔기도 하나 어떤 궁극적인 목표들(.차별금지법 제정 등)은 여전히 달성되지 못했다.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작은 성공의 경험, 혹은 단 한번의 성공의 경험은 그 효과가 조직 내/외부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기에 작은 목표들을 꾸준히 달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소감 나누기

이론을 통해 실천에 대한 상상을 넓히고, 실천을 통해 이론을 보완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지막 소감을 나눴다. 한번도 함께 우리의 활동들을 점검하고 체크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 없기에, 다양한 툴킷을 활용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운동을 하다 보면 과연 나는 어디까지 온 것인지, 그리고 어느 만큼 더 가야 할지가 무척 고민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이런 돌아봄과 정리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고, 또 운동에서 오는 어떤 종류의 무력감을 덜어주기도 한다. 다만 우리의 이 점검 시간이 단순히 점검에 그치지는 않고 또 다른 상상력과 실천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완벽한 정리와 점검은 이만큼의 성과가 쌓였다는 성취감을 가져다 주나, 점검을 위한 점검이 될 때, 그것이 또 다른 무력감을 낳기도 한다. 우리의 활동들을 잘 돌아보되, 보이지 않는 성과 또는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활동들도 함께 잘 챙겨보려 한다.

평가회의와 앞으로의 비전을 위한 워크샵까지 마치고 나니 정말로 올해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1, 조직위원장 자리를 다시 맡으며 올렸던 출마의 변을 다시 꺼내본다. 올해 초에 만들었던 나의 미션이다.

- 제주퀴어문화축제는 2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단순히 축제를 조직하는 단체에서 성소수자 인권 단체로 거듭났습니다. 이제 인권 활동의 방식으로서 축제를 고민하고 만들어나가겠습니다. 도내외의 여러 이슈들과도 끊임없이 점접을 찾고 연대해나가겠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만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해 나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만의 색깔과 지역의 주요 이슈들을 녹여낸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의 운동은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투쟁을 보고하고 터트리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상적인 활동들과 커뮤니티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을 축제 이후의 책임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조직의 멤버십을 챙기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마음은 있으나 능력이 부족해 겪었던 어려움, 실무 감각을 끌어주는 동료가 없어 외로웠던 마음을 기억합니다. 사람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외롭지 않은 싸움을 위해, 더 많은 동지를 만들겠습니다. 활동가들이 내부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그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며 계속 토론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질문들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거치고 있는 맥락들을 계속 기록하고 토론의 장을 만들겠습니다.

어떤 것은 거의 100%, 어떤 것은 일부만을 달성했다. 그래도 전체적인 만족도는 70%를 넘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만하면 참 잘 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함께 운동을 만드는 동료들과 우리가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여러 번 생각했었으나, 개인의 노동과 시간을 투자하는 소규모 조직에서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숙련된 진행과 여러가지 툴킷을 통해 따뜻하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 워크숍 진행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후기를 마친다.

퀴어와 장애의 교차성 사유하기 억압과 낙인을 넘어 연대를 통해 더 풍성한 가능성을 살펴보자
- 2019829일 목요일 / 강사 : 전혜은 / 후기 : 최석윤(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 이 날의 워크숍은 도민들에게 오픈된 '도민퀴어아카데미'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장애와 퀴어의 교차성을 사유하기’

생소한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를 접한다.
구조의 이야기를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강사의 유연함이 생소한 용어들을 접하는 마음을 조금은 안정시킨다.
자칫 딱딱함에서 시작해 미로처럼 얽히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 수도 있는 주제를 너무나 쉽게 풀어내는 강사를 보며 엄청난 내공이 숨어 있는 고수임을 알게 한다.

종일 이야기의 무덤들을 뚫고 겨우 버티며 달려와 앉아 또 이야기에 집중하려하지만 생각의 기능은 멈추고 어지러운 말들만 쌓이는 시간을 버티니 이야기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장애와 퀴어라는 영역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에 해당하고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며 개별적 삶들은 고달프고 늘 높고 두터운 벽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지라 차별은 일상이고 혐오표현은 걸음마다 차인다.

그 공통점을 찾아 누가 혐오의 표현을 쏟아내고 왜 사회 변두리에 내몰리는지,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동병상련의 입장인 두 그룹이 연대의 힘으로 억압의 굴레 차별의 환경을 어떻게 깨치고 바꿀지에 대한 동지적 관점을 만들어 가는 시간.
개인과 개인들이 부정에서 긍정의 것들을 만들면서 ‘우리의 억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는 서로 연결이 돼 있다’는 연대의식을 만들어 본다.
자기정체성을 바로세우고 ‘장애인’이나 ‘동성애자’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사람과 사람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우리’를 보게 된다.

감정과 감정으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이해와 우리를 보는 시선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를 들춰내며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세워 갈 힘을 모아 동지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서로 다른 개인들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작은 연대를 기대해 본다.
주제의 어려움에 비해 강사의 풀어가는 입담이 좋았다는.....^^ 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오늘 유익한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준비하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한 것에 대한 보람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간략하게 소감을 적었습니다.

2019 제주퀴어문화축제 자체역량강화 사업은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축제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 거리예술축제를 중심으로
- 2019517일 금요일 / 강사 : 김재용 / 후기 : kanjisoo(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3차 워크숍은 강사가 던지는 질문에 참가자들 서로가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문화란?’ ‘축제란?’ ‘문화축제란?’ ‘공공성이란?’ ‘공공이란?’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조직위원 간 생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명확히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정답 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 토론의 과정만으로도 퀴어문화축제와 축제가 지닐 수 있는 공공성에 대한 고민과 상상의 범위가 한 발자국 넓어지는 동시에 한꺼풀 선명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든 생각들로 글을 이어가려 한다.

나는 올해로 3회를 맞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에 함께하게 됐다. 퀴어도 인권도 젠더감수성도 아직은 얕은 나였지만, 1회때부터 유심히 지켜보고 열렬히 응원하던 한사람이었다.

1회 제주퀴어문화축제는 민원조정위원회 그리고 소송전 끝에 어렵사리 개최되었고, 이 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니들끼리 좋으면 공개적으로 하지 말고, 너희들만 모여서 해라’, ‘왜 서로 불편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조용히 살자. 조용히.’ 라는 등 성소수자들을 향한 혐오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축제는 1,2회 모두 공원(公園)에서 개최되었는데, 공원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가 공중의 보건휴양놀이 따위를 위하여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이다. 이번 3회차 역량강화사업에서 다룬 주제가 거리 예술의 공공성인 만큼, 개최 장소의 의미에 대해서 되새겨 보고 싶었다.

#공동체 회복

어렸을 적 보호자의 손을 잡고 동네의 공원에 나가, 도시락도 나눠먹고 자전거도 타고 친구들이랑 술래잡기도 하는 등 우리에게 공원은 아주 친숙하고 익숙한 곳이며, 다수의 대중들에게 장소를 제공하는 곳인 만큼 안전이 확보되는 곳이다.

#한 장소, 두 생각

이런 공공장소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것이 이상한가? 위험한가? 아니면 불편한가?

셋 다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혐오세력과 대치세력이 존재한다. 때문에 그들과의 대치 가운데 공공성이라는 성격을 띌 수 있는 축제라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게 보일수도 있다.

중요한 전제는 혐오세력들과 함께 존재하며 이루어지는 퀴어문화축제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 혐오세력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부정은 혐오폭력이고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나아가서 생산된 질문은 공공에서 공공은 누구인가?’ ‘어디까지가 공공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사적 영역인가?’ ‘공공은 옳은가?’ 등이 있었다.

#대중과 함께하는 축제

나에게 축제는 말 그대로 즐기는 것이고 누리면 되는 놀이의 하나인데, 아직 반대세력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퀴어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상황 또한 발생한다.

이들과 함께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제주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고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공공성을 지향해야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고민한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안전하고 명랑한 퀴어문화축제를 즐길 수 있는 제주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9 제주퀴어문화축제 자체역량강화사업은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술행동의 사례 한국 투쟁현장의 파견미술활동을 중심으로
- 2019420일 토요일 / 강사 : 신유아 / 후기 : 신현정(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어느덧 3년째가 되었다. 2017년부터 제주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만들어 온 지 말이다. ‘퀴어문화축제는 말 그대로 문화 축제이기도 하고, 투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조직위는 관객들에게 제공할 축제 서비스를 만드는 동시에 성소수자 인권 증진이라는 이슈를 던져야 한다. 문화 축제라는 포맷 안에 어떻게 이슈를 녹여낼 것인가는 조직위의 끝나지 않는 숙제이다.

이 물음을 풀고자, 혹은 물음을 풀 아주 작은 단초라도 발견하고자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역량강화사업 2차시에서 현장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파견미술가이자 문화연대 활동가인 신유아 님을 모시고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했다. 문화 축제라는 형식을 통해 인권운동을 하는 단체로서 한국 투쟁현장에서의 파견미술 활동의 사례를 공부하고, 운동에 스며들 수 있는 예술적 감각을 학습하는 것이 이번 차시의 목표였다.

이야기 나누었던 몇 가지 내용들

- 현장에 맞는 행사를 기획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광화문 투쟁 현장에서 작가들은 스타이로폼을 이용해서 조각상을 만들었다. 스타이포롬을 이용한 이유는 단순한데, 그것이 현장에 가장 많은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밀양에서는 사일리지와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현장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많은 자원들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쉽게쉽게 나오는 기획을 쉽게쉽게 실행하기

축제를 지속할수록 고민과 논의가 복잡해지고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축제, 즐거운 축제를 만들면서 만드는 사람들이 즐겁지 않다면 축제 또한 복잡하고 무거워진다. 쉬운 기획을 쉽게 실행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장 안에도 일부러 설치하거나 혹은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오브제들이 존재한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경찰 펜스, 혐오세력의 깃발과 피켓들, 앰프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혐오세력의 통성기도 소리가 섞인 소리들처럼 보이는 것들도,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경찰 펜스에서 느껴지는 고립감 때문에 펜스를 걷어내고 싶다면, 그들이 펜스를 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무언가로 축제 장소 주변으로 둘러쌀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펜스의 안팎을 어떤 것들로 꾸며 그것을 펜스가 아니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혐오세력의 통성기도 소리에 우리는 또 다른 어떤 것들로 대응할 수 있을까?

1회 제주퀴어문화축제는 ‘50명쯤 모여서 기타 치고 놀아보자!’ 라는 결의로 시작했지만, 5,000명의 연인원을 모았다. 이후 이어진 2회 축제에서도 연인원 2,000명을 모은 축제를 치렀다. 이것이 즐거운 기획, 소소한 기획이 성공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문화예술을 축제 안에 녹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기도,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문화축제를 만든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들을 다르게 보고 깎아내고 가공해야 하는 일이기도, 열심히 깎아내고 가공한 것들을 다시 자연 상태로 돌려보내기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2017년에는 퀴어를 환대하는 마을 잔치를 만들었고, 2018년에는 빛나는 우리들이 함께하는 평화의 축제를 만들었다. 2019년의 제주퀴어문화축제에는 또 어떤 모습과 문화들이 녹아 있을지 몹시 기대된다.

*2019년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자체 역량 강화 사업은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몸으로 감각하는 인권교육 '몸이 지닌 언어'
- 2019년 4월 10일 수요일 / 강사 : 강정평화학교 / 후기 : 임도윤(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몸이 지닌 언어. 워크숍의 명목부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몸이 담고 있는 수많은 비언어를 방금까지도 목격했을진데, 몸이 내보이는 언어라함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인지. 수많은 물음을 담고 걸었다.
활동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1. 열기 - 소개
2. 접근법
3. 거울놀이 - 걷기 - 터치
4. 시선과 몸짓 - 힘의 행사
5. 조각상 - 존중과 평등
6. 세상의 모든 안녕
7. 마무리

활동순서 소개와 교육 접근법에 대한 안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이 평화로운 교육의 접근법에 대해 함께 읽었다.

- 모든 존재의 선함, 능력, 그리고 아름다움을 존중한다.
- 지구의 선함, 너그러움과 아름다움을 존중한다.
- 모든 사람이 교사이자 배우는 사람이다.
- 경험과 성찰을 통해 배운다.
- 모든 사람의 여정은 다르다.
- 개인적&공적 삶에서 변화를 기대한다.
- 강압이나 요구가 아닌 자발성에 기초하여 참여한다.
- 즐긴다! 재미있는 놀이처럼 경이로워하며, 놀라며, 환대를 베풀고 사랑하며.

필자는 기억에 남았던 활동을 위주로 감상을 남겨보고자 한다.

교육을 열면서 우리는 각각, 바닥에 어지르듯 놓아진 단어카드 중 몇을 골랐다. 그것은 이 교육에 대한 기대를 의미하기도, 평소의 자신을 나타내기도, 오늘의 기분을 말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부끄러워했고, 다른 누군가는 긴장했으며 따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곤조곤 말하던 그 말씨와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참 좋은 접근법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재단하는 그 어떤 굴레도 없이 단어로 서로를 말하고 들었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거울놀이 - 걷기 - 터치

거울 놀이는 2명씩 짝을 지어 마주본 채 이루어졌다. 말하는 이와 따르는 이를 정해 행동과 표정을 마치 거울을 보듯 쫓았다. 뒤로 물러나기도, 급작스레 다가서기도, 눕고, 때로는 굽혀보기도 하는 그 몸짓을 보며, 그리고 쫓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멈췄던 것은 나름의 결론에 수렴하였기 때문이다. 좀 피곤하다. 뭘 자꾸 설명하면서 살려구 그래. 당장 앞에 있는 것부터 쫓기나 해보라는 생각은 내게 이 교육의 명제를 이해시켰다. 그동안 싸우며 살았음이 너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평화. 내겐 도래할 수 없는 것이라고 또 생각하였던 평화가 보일 것처럼 숨을 죽였을 때, 거울 놀이가 끝이 났다.

거울놀이 - 걷기 - 터치

음악이 이렇게도 잔잔한데, 이렇게까지 힘이 있게 느껴질 수 있구나. 걷기 활동에서는 여러 사람이 정처없이 빠르고 또 느리게 걷다, 한 사람이 멈추면 서서히 모두 멈추었다. 커다란 싸인 없이 우리는 세포처럼 걷다 하나가 멈추면 줄줄이 멈추곤 했다. 한때는 굉장히 빨리 걸었고, 한때는 엉금 기었다. 세포 1, 2, 그리고 3. 또는 4.

마무리하며

환대를 한다는 건, 조각을 떼어 베푼다는 일은 다각적으로 보더라도

어려운 일이다. 잘 있지 않은 일이다. 교육을 거치며 나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이 들고야 말았다. 떼구름 하나 없이 환대해보고 싶다고.

 

*2019년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자체 역량 강화 사업은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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